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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 5. 관습과 변주 : 가내 시청 기기 이용에 관한 연구H.A. ( Home Appliances ) 2021. 1. 3. 21:19반응형
TV에 관해 흥미로운 연구가 있어서 내용 공유해봅니다.
관습과 변주 : 가내 시청 기기 이용에 관한 연구 (이소은, 이지현, 방송문화연구 ,pp. 95 - 141 , 2020 , 한국방송공사)
영상 시청 기기로서 TV의 위상은 약화되고 있는가?
그렇다면, 혹은 그렇지 않다면,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이에 답하기 위해 본 연구는 모바일 미디어가 지닌 이동성의 강점이 사라지는 가내 시청의 맥락에서 TV, pc 모바일 미디어 시청 빈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살펴보았다고 합니다.
분석 결과, 가내 TV 시청 정도에는 연령과 화면 크기, 유료 방송 가입 여부, 단독 재택 비중이 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시청 콘텐츠가 영화/동영상 또는 UCC 위주인 이용자는 지상파 실시간 위주 이용자보다 가내 PC 시청 빈도와 모바일 시청 빈도가 높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과는 가내 영상 시청 기기로서 TV 이용이 관습화되어 있는 가운데, 일부 소수 이용자의 비선형 콘텐츠 이용을 중심으로 다른 시청 기기로의 변주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1. 문제의 제기
TV의 위상은 약화되고 있는가?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영상 플랫폼의 성공은 종종 인터넷이 TV를 쓸모없게 만들 것이라는 예상으로 이어지고 코드커팅이나 제로TV의 증가는 이를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최근 TV가 TV수상기 – 방송 – 영상 소비의 결합 자체를 의미하다가 그 연결이 해체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서비스로서의 미디어’와 ‘기기로서의 미디어’를 분리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서비스로서의 TV에 해당하는 방송과 기기로서의 TV에 해당하는 TV 스크린의 의미가 같지 않으며, 방송 서비스의 이용 감소가 곧 기기로서의 TV의 이용 감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기기로서의 TV는 멀티 플랫폼 환경에서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TV 수상기-방송-영상 소비의 맥락에서 방송이 사라졌을 뿐, TV는 여전히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접점으로 굳건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PC나 모바일 미디어 이용의 증대를 곧 영상 시청 기기로서 PC나 모바일 미디어의 위상 강화로 이해해서도 안 됩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영상 시청을 위해 PC나 모바일 미디어를 이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영상 시청 기기로서 PC나 모바일 미디어가 지닌 기기적 속성을 선호한 데 따른 결과인지, 아니면 TV를 이용할 수 없는 곳에서 차선책을 택한 데 따른 것인지 해명된 바가 없습니다.
1.1 가내 시청 기기로서 TV 위상의 변화
대부분의 연구는 다른 미디어의 이용이나 인터넷 이용의 증가가 TV 시청 시간의 감소나 효용의 변화를 가져왔음에 주목하면서, 이러한 대체 관계는 TV가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욕구를 다른 미디어가 제공했기 때문이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TV 이외의 매체를 이용해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이유로 ‘원하는 시간에 보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39.4%로 가장 많았고, 이 비율은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그러나 연구의 결과가 항상 일관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의 증가와 관련해서 전체 영상 시청 시간의 증대를 가져오거나 컴퓨터 이용과 시청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가 없거나 정적 관계에 있다는 연구 또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상반된 연구 결과가 존재하는 이유는 영상 ‘시청’과 여타 미디어 ‘이용’ 시간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두 가지 문제와 관련되는데, 첫째는 모바일 미디어가 주로 영상 시청을 위해 이용되는가의 문제입니다.
스마트폰은 주로 커뮤니케이션 욕구의 충족을 위해, 태블릿 PC는 소비 및 엔터테인먼트 욕구의 충족을 위해 사용됩니다.
이렇듯 조사 결과는 스마트폰이 영상 시청만을 위한 기기가 아니며, 이용 양상이 인구 집단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둘째는 모바일 미디어를 활용한 영상 시청이 주로 어디에서 일어나는가의 문제와 관련됩니다.
만약 모바일 영상 시청이 집 밖에서 주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TV가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이동성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이용자로서는 대안이 없는 선택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 모바일 영상 시청이 집안에서 일어난다면 TV가 선택의 경합에서 패배하여 ‘대체’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태블릿PC나 노트북은 집 안, 특히 거실에서 주로 이용되어 침실처럼 집 안에서도 더욱 사적인 공간에서 이용되는 스마트폰과 다른 속성을 보입니다.
아울러 중요한 사실은 모바일 미디어를 통한 시청의 증가나 이로 인한 TV 시청의 대체, 보완만을 살피기엔 여전히 TV를 통한 시청이 압도적인 영상 시청의 관습이라는 점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2018, 2019)에 따르면, 가구 내 TV 수상기 보유율은 2017년 96.5%, 2018년 95.8%입니다. 이 수치가 보여주듯, TV는 가장 보편적인 매체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TV를 방송 이외의 콘텐츠를 포함하는 보편적 영상 시청 기기로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TV 가구 보유율은 매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다수의 연구가 모바일 미디어에 의한 TV 시청의 대체를 이야기하는 것은 주류적 관습보다 ‘변화’와 ‘탈주’에 관심을 가지는 연구의 경향 때문일 것입니다.
본 연구에서 TV 시청에 관해 관습적 시각에서 벗어나 ‘변화’의 기운 속에서 주류적 관습은 그 속성이 변화할 수 있으며, 이들의 관계를 보는 것이 현상의 의미를 보다 뚜렷하게 드러내는 방법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2. 가내 시청 기기 이용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되는 요인들
집 안에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함에 있어 TV와 PC, 모바일 미디어의 ‘경합’이 이루어지고 있다면, 중요한 것은 이용자의 선택이 어떻게 나뉘고, 어떤 요인이 TV, PC, 모바일 미디어 각각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입니다.
선택 요인이 다르다면 영상 시청 도구로서 각 기기가 지닌 매력이 다릅니다.(1) 개인 요인
성별과 연령, 교육 수준과 소득 등 개인의 사회경제적 속성은 TV 시청의 예측 변수로 활용되어 온 고전적인 변수들입니다.
특히 연령은 가장 강력하게 시청 기기 선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는 요인입니다.
30대 이상의 중장년층은 TV 수상기를 이용해 실시간 방송을 시청하는 형태를 선호하고
20대 이하의 젊은 층에서 TV 이외의 기기를 활용한 VOD 시청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가구 요인
가구 구성 형태와 가족 구성원 수, 가구 소득 등은 가내 시청 기기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통계청 또한 장래 가구 추계(2019)에서 2047년에는 모든 시도에서 1인 가구가 가장 주된 가구 유형이 되리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1인 가구는 ‘재로 TV’가구로 TV가 아닌 여타의 기기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할 가능성이 가장 큰 동시에, TV를 보유한 경우 TV에 더 많이 의존할 수도 있는 가구입니다.
(3) 기기 요인
시청자는 큰 화면이 주는 즐거움과 자극, 흥분을 선호하고, 주목과 각성, 기억의 측면에서 대화면이 더 효과적이라 합니다. 반대로, 화면 크기가 시청자의 반응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과도 존재합니다. 이에 따르면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 화면은 작지만 시청 거리가 가깝고 시청각도도 넓어서 시청자에게 충분히 만족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4) 콘텐츠 요인
많은 연구가 TV가 지상파나 유료방송 채널의 시청 기기임을 보여주었지만, 최근에는 TV가 방송 프로그램 이외의 영상 콘텐츠 소비 플랫폼으로서도 매력적임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넷플릭스 이용자 중 약 70%가 휴대전화나 PC로 넷플릭스에 가입하지만 6개월 후에는 전체의 70%가 TV로 넷플릭스를 시청한다는 사실은 이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5) 시청맥락 요인
시청이 어떠한 맥락에서 이루어지느냐도 기기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부모의 시청 패턴이 자녀의 시청 양상을 결정하고 채널 결정 권한이 가내 권력을 반영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확인된 바가 있습니다.
시청맥락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생활시간입니다.
전통적으로 TV 시청 시간은 여가 시간의 활용 가능성을 고려한 시청 가능성이라는 변인 내에서 논의되었고 이의 사회적 효과가 “생활패턴의 동시화”라는 개념으로 연구된 바가 있습니다.
특히 평일 오전과 저녁, 그리고 주말 낮에 가족과 함께 시청하는지에 따라 시청 패턴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평일 오전 TV는 켜져 있지만 아무도 집중하지 않는 시간이지만, 평일 저녁은 생활패턴과 시간대별로 TV를 점유하는 가족 구성원이 달라지면서 TV가 사실상 개인화된 기기로 변모한다고 합니다.
3. 연구 결과
본 연구의 실험 및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가내 시청 기기로서 TV 이용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PC, 모바일 미디어 이용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TV의 경우 성별, 연령, 학력과 개인 가구 소득 등 가구 구성 형태를 제외한 인구 사회학적 변인들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PC와 모바일의 경우 학력이 PC 시청 빈도를 예측하는 것 외에는 유의미한 결과가 없었습니다.
가내 TV 시청의 맥락이 “가족의 화로”라고 불리던 과거의 공적인 맥락에서 보다 사적인 맥락으로 변화하고 있을 가능성은 기기 요인이 가내 TV 시청 빈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통해서도 부분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TV 화면 크기에 관해서는 크기가 클수록 TV 시청 비중이 높다는 결과가 있으며, 이는 화면 크기가 시청 도구로서 TV가 지닌 차별점이자 강점임을 드러내 보여줍니다. 반면 화질은 다른 기기와 TV의 특별한 차이점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너무 선명한 화면은 되려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TV가 안정감을 주는 미디어로서 가정 내 일상생활과 동시에 경험하는 ‘병행’ 활동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는 연구나 최근 코로나 19 사태로 ‘집콕족’이 늘면서 TV 시청과 판매가 모두 증가했다는 사실은 퇴근 후 저녁 시간의 미디어로서가 아니라 그 외 시간대에 늘 이용하는 미디어로서 TV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나타냅니다.
이는 재택 관습 및 노동 시간의 구조화 속에서 TV라는 기기 이용의 활용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외 이용 콘텐츠 및 이용 시간 등의 요소들이 TV 이용 시간과 기타 기기 이용 시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보면 TV의 위상 약화라기보다는 지상파 실시간 콘텐츠를 시청하는 데 있어서 TV는 여전히 시청 기기로서 위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외 콘텐츠를 시청하는 데서 PC와 모바일 미디어로서 분산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가내 TV 시청 빈도는 인구 사회학적 변인 및 시청맥락, 그중에서도 취침 시각과 같은 생활시간이나 화면 크기, 단독 재택 비중과 같은 시청 환경의 영향력이 주요하게 확인되는 데 비해 PC와 모바일을 통한 가내 시청 빈도는 주로 콘텐츠 요인, 그중에서도 VOD나 영화/동영상, UCC처럼 비선형 콘텐츠 요인의 중요성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볼 때 가내 TV 시청 관습이 개인적, 사회적 수준에서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는 가운데, 일부 소수의 이용자의 비선형 콘텐츠 이용을 중심으로 TV 외 다른 시청 기기를 선택하는 ‘이탈’이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국, TV가 ‘관습의 미디어’라면, PC와 모바일은 ‘변주의 미디어’인 셈입니다.
4. 출처
[1] So-Eun Lee, and Jeehyun Lee. “관습과 변주: 가내 시청 기기 이용에 관한 연구.” 방송문화연구 32, no. 1 (June 2020): 95–141. doi:10.22854/SBC.2020.32.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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